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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월호] 혼란으로 마감되는 한 해를 보내며 사역자가 할 일
고종율 (admin)    2016/11/30 23:35:56

혼란으로 마감되는 한 해를 보내며 사역자가 할 일


메노나이트(Mennonite)는 재세례파의 한 부류로, 유럽과 미국, 캐나다에서 집단생활을 하며 남미에는 아주 소수만이 남아 있습니다. 삶의 양식이 세부적으로는 서로 다를 수 있지만, 이들은 대체로 현대 물질주의와 세속 교육에 물들지 않으려 애씁니다.


우리가 종종 영화에서 보았던,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모자를 쓰고 마차를 타고 다니는’ 그들입니다.

어떤 이들은 현대문명과 기계뿐 아니라 전기도 거부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교회지도자(목사와 장로)는 사역과 함께 농업, 목공예, 목축업 등을 하며 스스로 생계를 책임집니다.


그런데 매해 교단에서 이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평가(Pastor's Self Evaluation: Perspective and Resources)’입니다.

이 평가서를 보면 입이 쩍 벌어집니다.

일부를 제외하고 신학교육을 받거나 목회 방법과 영향을 연구해본 적이 없는, 평신도 수준의 이들에게 요구하는 자기평가 내용이 너무 깊기 때문입니다.

탁월한 목회 경험과 고등교육 및 전문교육을 받은 개신교 목회자들조차 답하기 망설여지는 내용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지난 한 해 동안 성숙한 그리스도의 형상은 어떤 것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기술하시오.’, ‘지난 한 해 목자로서 성도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친 점은 무엇입니까?’, ‘성경을 알고 해석함에 있어서 진보된 부분은 무엇입니까?’ 이런 질문들입니다.

이 외에도 수십 가지 문항으로 개인의 성숙뿐 아니라 가정생활과 자녀교육, 사역에 대한 평가를 하게 됩니다. 제가 이 평가서를 받았다면, 어떻게 답할 수 있을지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나라 역사 중에서 가장 혼란스럽고 이상한 국가 상태로 기억될 것이 분명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대통령에 대해 보도되는 사실마다 믿을 수 없으며, 그것은 실망을 넘어 분노하게 만듭니다.

우리 안에 자괴감과 망연함이 가득합니다.

도덕적 정당성과 다수의 동의와 위임의 정당성으로 그 권위를 인정받는 정치권력의 붕괴는 이 땅에 권위의 무용성을 초래했습니다.

진리의 정통성과 도덕적 정당성이라는 권위에 순복하는 우리의 사역마저 그 권위를 잃어버린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혼란스럽습니다. 마음이 잡히지 않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님은 우리가 한 해를 어떻게 마감하기를 원하실까요?
 


먼저는, 이럴 때일수록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냉정하게 ‘자기평가’를 해야 합니다.

우리는 한 해 동안 많은 경험을 합니다.

하지만 평가된 경험만이 유익한 경험입니다.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나와 나의 사역 그리고 나의 가정과 사역 대상에 대한 모든 것을 평가해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적으로는 얼마나 하나님의 형상이 회복되었는지, 외적으로는 목자로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평가해야 합니다.

사역자가 성장하지 않으면 다음세대도 결코 성장하지 못합니다.



둘째로, ‘진정한 충성심’으로 사역해야 합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후서에서 자신의 사도성을 비난하는 일부 고린도 교인들에게 사도의 충분성을 설명합니다.

그가 강조한 것은 ‘부르신 부름에의 충성’입니다(고후9-12장). 그는 복음 이외의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열심히 성도를 세우는 열심을 내었다고 감히 말합니다(고후11:2).

자신의 충성이 하나님의 열심과 견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파당 싸움이 난 상황에서 몇몇은 바울을 비난했지만, 그가 죄악이 가득한 그곳에서 충성스럽게 일했다는 것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없었을 것입니다.

사역자가 얻는 신뢰라는 것은 결국 충성에서 나옵니다.

거짓이나 가식이 없는 충성이야말로 수없는 혼란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 사역자의 발걸음입니다.

주를 향한 충성을 위해 열심히 부름 받았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다시 한 해가 지나갑니다.

단순히 사역에 대한 평가가 좋기 때문에, 내년에도 원하는 사역지에 있기 때문에 만족할 때가 아닙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메노나이트의 아마추어 사역자도 자신 안에 주님의 형상이 얼마나 회복되고 자라났는지 평가하는데, 평생 풀타임 사역자로 부르심을 받은 전문적 사역자인 우리가 알량한 지식에 환호하는 갈채와 입에 발린 칭찬에 속아서는 안 됩니다.

더 엄정해야 합니다.

‘나는 이 정도면 되었다’라고 자만하면 큰일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사회적으로 말하면, 촛불을 만나게 되는 일일 것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하나님의 은혜 속에서 강건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고종율 목사 파이디온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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