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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월호] 대화, 또 다른 성육신
김영식 (mjlee)    2017/02/01 09:47:47

대화, 또 다른 성육신


“내 아버지여.”
“내 아들아, 내가 여기 있노라.”
“불과 나무는 있거니와 번제할 어린 양은 어디 있나이까.”
“내 아들아, 번제할 어린 양은 하나님이 자기를 위하여 친히 준비하시리라.”
(창 22:7-8)


성경에 나오는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입니다.

아들은 당연히 궁금한 것을 묻고, 아버지는 분명하게 대답합니다.

비록 어린 양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들은 아버지의 대답을 확신한 듯이 ‘함께 나아가서’ 제단을 쌓고 나무를 벌여놓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결박하는 아버지에게 반항하지 않습니다.

이는 평소에 그 둘 사이에 대화가 잘 이루어졌고, 그 결과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아버지의 대답처럼 번제할 어린 양은 하나님이 친히 준비하셨고,

아들은 아버지의 말이 허황된 약속이나 상황을 모면하려는 거짓이 아님을 신뢰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이전과 다름없이 한결같음을 다시 경험한 기회가 됐습니다.



요즈음(어느 시대나) 부모와 자녀 사이에 대화가 어렵다고 합니다.

세대 차 혹은 서로 바빠 함께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속마음이 담긴 말은 별로 하지 않습니다.

정보를 주고받거나 서로 필요한 것을 요청하는 말이 대부분입니다.

이럴 때 우리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유대인 사상가 마틴 부버(Martin Buber)는 “참된 삶은 만남”이라며 ‘관계’를 이야기합니다.

사람은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사는데, 관계에는 ‘나와 너’(I and You), ‘나와 그것’(I and It) 두 가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나와 너’는 인격적인 관계를 말하고, ‘나와 그것’은 비인격적인 관계를 의미합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나와 너’의 관계가 정상입니다.

함께 희로애락을 겪고 살면서 서로에 대해 마음이 열려 있는 관계입니다. 아담이 하와를 알았듯이 서로를 ‘압니다’.

하지만 마음이 닫히고 대화가 겉돌고 신뢰가 무너지면, 비록 부모와 자녀라 할지라도 ‘나와 그것’의 관계가 됩니다.

비극이고 아픔입니다.


부모와 자녀가 나누는 대화가 ‘나와 너’ 사이의 대화인지,

‘나와 그것’ 수준의 대화인지를 점검해보아야 합니다.


부모가 자녀를 못다 이룬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도구처럼 바라보면 대화는 억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습니다.

자녀의 성공을 위해서라며 품속에 가두어두면, 대화는 양방향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 지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들은 아버지가 팠지만 남이 메운 우물을 팝니다.

남들이 자기 것이라 우기자 이를 넘겨주고 다른 우물을 팝니다.

다시 다툼이 생기자 양보하고 거기서 옮겨 또 다른 우물을 팝니다(창 26:17-22).

당시 우물은 생명을 유지하고 자산을 보존하는 귀한 것이었습니다.

아들이 이처럼 생명 같은 우물을 양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말과 삶을 보았기에 가능했습니다.


부모가 자녀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은 소중하지만 관계는 시간의 양과 정비례하지 않습니다.

말이 많아야 대화가 풍성하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대화는 말로 하지만, 말이 말로 그치면 믿음을 얻지 못합니다.

말에 진정이 실리지 않으면, 사랑의 관계(나와 너)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부모의 말이 삶으로 드러날 때, 부모와 자녀는 ‘나와 너’가 되어 서로 존중하는 대화가 이루어집니다.


말과 삶이 하나가 되는 것, 이것은 또 다른 성육신입니다.



파이디온선교회 부대표 김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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